슬프고 묵직한데 또 유쾌한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리뷰
2021년 tvN에서 나의 스타일의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예고만 보고도 소재가 재밌고 최애 배우들이 나오는 터라 아끼고 안 보고 기다렸다가 종방이 되자마자 결제해서 정주행 했던 드라마입니다. 제목부터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드라마는 사람이 아닌 멸망의 존재 멸망(서인국)과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되어 멸망과 계약을 하는 동경(박보영)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초겨울 집에서 따뜻한 담요를 덮고 귤 까먹으면서 보기에 너무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베이스로 만든 것 같지만 사실 원작이 없던 작품으로 마니아층을 대거 발생하게 한 이 드라마, 리뷰 시작합니다.
1. 판타지 + 로맨스
드라마 도깨비 느낌이 초반에 났다고 하지만 서인국은 서인국이고 박보영은 박보영 했습니다(!). 부모님 없이 동생한명과 씩씩하게 자란 동경은 어느 날 교모세포종으로 시한부의 선고를 받습니다. 웹툰회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돌아가는 중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유부남이고, 본인은 오해를 받아 물세례를 받습니다. 모든 것이 엉망 같아 술을 마시고는 세상이 온통 망해버리라고 소원을 빌게 됩니다. 이런 멸망에 대한 소원을 들은 멸망은 동경의 집 현관에 나타나 인사를 하게 됩니다. 100일간 아픔의 고통을 없애주는 대가로 죽기 직전 소원을 빌게 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고, 만약 동경이 소원을 빌지 않으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이기에 계약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삶에 아무런 즐거움이 없는 멸망이는 빛과 어둠사이에서 태어났고 빛의 마지막 자리이자 어둠의 첫 번째 자리에서 태어났기에 무언가를 멸망하기 위해 그저 존재하는 자입니다. 동경을 도와주고 동경에게 본인의 초월적인 존재의 힘을 보여주며 놀라고 신기해하고 본인과 자꾸 만나게 되는 동경에게 마음을 열게 되며 멸망은 동경을 사랑하게 됩니다.
"참을 수가 없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이 참을 수 없는 감정을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나.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저 너라고 부를밖에"(대사 폼 미쳤다)
2.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
멸망이는 멸망을 만드는 존재, 시도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삶, 늘 그랬듯 하찮은 인간에 대해 동정도 사랑도 가지지 말았어야 했던 멸망은 동경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심지어 중간에 신의 계획대로 서로가 기억을 잃고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도 옵니다. 동경의 삶은 언제나 불행한 앞면과 넘겨짚지 않는 뒷면 사이에서 서서히며 답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시한부, 남자친구의 배신, 부모님 없이 동생과 이모와의 관계 삶의 끝에서 만난 멸망에 대한 마음을 동경은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처럼 먹고, 잠들고 연민하고 사랑하고 싶었지만 늘 떠나버리는 사람을 사실 동경했기에 지켜만 보았던 멸망은 동경의 사랑고백에 본인의 죽음을 걸고 사랑을 합니다. 늘 누군가를 죽음으로 안내하는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삶에 대해 독백을 남기는 동경의 모습에서 삶은 외롭지만 따뜻하고 또 사랑을 해야 채워짐을 알게 합니다. '인간은 늘 시한부다' 영원히 살 때는 시한부처럼 살았지만, 시한부의 삶을 사니 영원히 사는 것 같다는 마지막 명대사는 마음에 담아둘 만합니다.
3. 너무 멋진 결말(스포)
"소원이 있어, 니가 날 사랑했으면 좋겠어. 그것도 소원으로 빌 수 있어?" 동경이 소원을 빌지 않으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 때문에 동경은 가장 사랑하게 된 멸망의 죽음을 보아야 합니다. 비 오는 날 둘이서 부둥켜안고 서로를 사랑하기에 서로 자신을 포기하려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던 것 같습니다. 동경은 살게 되지만 멸망은 사라집니다. 멸망이 사라지고 혼자 씩씩하게 그를 그리며 살아내는 동경은 버스 안에서 쓰러질 뻔하고 그런 동경을 누군가 잡아줍니다. 정말 놀라면서도 감격해하는 박보영배우의 표정은 음악과 찰떡이었습니다. '손잡이' 멸망은 인간으로 돌아오게 되어 초능력(?)을 쓸 수 없지만 그들은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며,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두 손을 잡고 따뜻한 햇볕아래 함께 산책합니다. 평범하지만 쓸쓸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삶을 주관하는 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는데, 신은 인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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